공황에 대한 과잉생산론과 과소소비론에 대해 비교해보자.
일단 하나의 '상태'로만 보면 생산이 과잉이란 것과 소비의 과소라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보인다. 공황이란 현상을 서로 다른 측면에서 본게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공황의 '원인'을 묻는 문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유를 하자면, A가 B보다 2배 많다고 하자. 다른 측면에서 보면 B는 A에 비해 1/2만큼 적다. 이건 하나의 '상태'를 다르게 표현한 것일 뿐이다.
만약 A:B 의 비율이 2:1 에서 4:1로 늘어났다고 치자. 같은 논리로 4:1이란 '결과(상태)'는 A가 B에 비해 4배 많고, 같은 말로 B가 A에 대해 1/4만큼 적다는 걸 나타낸다. 하지만 그 비율이 변화하게 된 '원인'(과정)이 과연 A가 늘어나서인지 B가 줄어들어서인지, 혹은 둘다 인지는 알 수가 없다.
공황도 마찬가지다. 공황이 발생하면, 상품은 팔리지 못해 남아돌고 사람들은 물건을 살 돈이 없어 소비를 못하는, 한편에서는 과잉이 다른한편에서는 결핍이 발생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진다. 이를보고 과잉생산인 동시에 과소소비라고 말한다면 일견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공황론'은 그러한 공황을 발생시키는 원인을 따지는 이론이다.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론은 일단 논외로 하자) 앞의 AB 예에서 A를 생산, B를 소비라고 친다면, 과잉생산론과 과소소비론의 차이는 A:B가 4:1 (일종의 공황)이 되도록 만든 원인이 A의 증가에 있냐, B의 감소에 있냐를 따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는거지 딱 떨어지는건 아니고..)
과잉생산공황론의 내용을 일일이 설명할 자신도, 시간도 없으므로 간단하게 아이디어만 설명한다.
두 이론 다 외면상의 동일성 때문에 과잉생산과 과소소비를 모두 포함한다. 다만 '과잉생산론'은 대중의 궁핍과 소비제한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생산력의 발전에 따른 무제한적 생산 확장을 공황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호황기에 형성된 잠재적인(현실화되지 않은) 과잉생산이 결국 공황으로 현실화되면서 '빵!' 하고 터지는거다. 그리고 생산은 급격하게 축소되고 침체를 겪다가 다시 상승한다. 따라서 공황은(마찬가지로 호황도)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여기서 과소소비는 생산의 확장이 '궁극적으로는' 소비에 제한되기 때문에 언젠가는 제동이 걸린다는 의미에서 공황의 조건을 이루는 것이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오히려 공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호황에서의 '과잉'의 원인들을 분석해야 한다(여기부터 투자수요의 비정상적 집중과 공급의 지체, 가격등귀 등 복잡한 설명이 따른다)
'과소소비론'은 이렇듯 공황의 조건을 이루는 과소소비를 공황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실 과소소비, 즉 대중의 구매력 제한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항상적인 조건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비부족을 공황을 원인으로 이야기 해버리면 1) 생산수준에 관계없이 자본주의는 만성적으로 생산의 과잉과 공황상태에 있다는 것이 돼버리고 2) 따라서 공황의 '주기성', 즉 공황이 경기순환의 한 국면으로 주기적으로 찾아온다는 사실이 흐려지고 3) 임금을 인상하거나 제 3의 수요(정부지출 등)를 창출해 소비를 늘리면 호황이 오고, 약빨이 다하면 다시 공황이 나타난다는 식이 돼서 공황의 내생성, 필연성, 주기성 모두 부정하게 된다.
대체로 이윤율저하론자들은 과잉생산론과 과소소비론을 동일한 이론으로 취급해 싸잡아 비판한다. 이는 과소소비론자 본인들이 자신들의 이론을 과잉생산론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다. 하지만 과잉생산론자들은 명백하게 과소소비론을 비판하고 있고, 동시에 '주기적 공황'을 설명하는 이론으로서 이윤율저하론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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