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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경제학/재생산론

메모16. 산업연관분석과 마르크스의 재생산표식(1)

마르크스는 자본의 순환과 재생산을 분석할때 산업부문간 연관관계를 중요하게 고려했다. 그는 전체 산업을 생산재 생산부문(1부문)과 소비재 생산부문(2부문)으로 구분해 재생산표식을 제시했다. 케네의 '경제표'를 기원으로 한 재생산표식은 마르크스를 거쳐 레온티에프의 '산업연관표'로 이어졌다.

주요국의 국민계정체계에는 산업연관분석이 포함돼있다. 한국도 한국은행이 통계가공과 분석을 맡고 있다. 레온티에프 방식의 산업연관분석이론 자체는 생산요소간 비대체성과 고정된 요소투입계수를 가정하고 중간재를 명시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등의 이유로 주류경제이론 내에서는 잘 쓰이지 않으며, 통계자료로 산업연관표가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사족. 사실 현실의 산업연관표의 투입계수행렬은 산출량과 요소량 사이의 '수량 비율'이 아니라 총산출액과 중간재구매액 간의 '금액 비율'이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기술적관계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는다>. 비유하자면 자본의 기술적구성이 아니라 가치구성에 가깝다는 것. 사실상 요소투입비율이 아닌 요소지출분배율이 고정된 것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미시경제학에 등장하는 (레온티에프 생산함수보단) 콥-더글라스 함수에 중간재를 생산요소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산업연관표를 활용하는게 더 적절하다. 실제로 이런방식으로 산업연관분석을 주류거시이론에 통합시킨 'multi-sector DSGE' 모형이 존재한다.)

마르크스의 재생산표식을 현실의 자료를 이용해 구현하려면 한국은행의 산업연관분석을 활용해야 한다. 재생산표식에서 1부문내, 혹은 두 부문간의 기술적 연관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생산수단의 교환이다. 그런데 마르크스의 '생산수단' 범주에는 유동불변자본(중간재)과 고정불변자본(자본재)이 모두 포함된다. 국민계정체계 내에서 산업간 중간재 연관을 나타낸 것이 <투입-산출표>이고 자본재 투자의 산업간 연관을 나타낸 것이 <고정자본형성표>이다. (거시통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국민소득계정은 중간재를 제외한 부가가치항목의 총계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재생산표식을 구성할 수 없다.)



첨부한 산업연관표를 보면, 가로줄과 세로줄 모두 n개의 산업으로 분류돼있다. 각 행(i)은 '상품', 열(j)은 '산업'으로 이해하는게 쉽다. (물론 한 산업에서 한 종류의 상품이 나오는 것을 전제로 한다.)

1) 세로줄은 각 산업별 산출량을 구성하는 투입구조 혹은 분배구조를 보여준다. (생산요소에 대한 보수로 분배가 이뤄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부가가치가 곧 임금,이자,배당,임대료 등 분배몫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마르크스의 상품가치식(X=C+V+S)이 산업연관표 세로방향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있는데, 마르크스의 경우 고정자본 감가상각을 중간재와 함께 불변자본(C)으로 계산하지만, 국민계정에서는 감가상각이 부가가치에 포함된다. (때문에 일정한 재가공이 요구된다)

2) 가로줄은 각산업별 산출물이 판매되는 지출구조를 보여준다. 1)에서 본 투입구조를 통해 만들어진 생산물이 중간재, 소비재, 자본재, 수출품으로 판매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중 중간재 수요를 제외한 최종재수요는 케인즈의 국민소득방정식(Y=C+I+G+NX)과 일치한다.(G는 표에서 소비에 포함돼있다).

따라서 마르크스 재생산표식은 일차적으로 세로방향(투입/분배구조)의 표를 가로로 펼쳐놓은 방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차이가 남아있다. 가로방향(지출구조)에서 보듯이, 산업연관표에 등장하는 모든 산업은 사용가치 면에서 각자 중간재, 소비재, 자본재(투자)를 골고루 생산한다는 점이다. 즉, 산업별로 가로방향으로 나타나는 각 칸에 원칙상 0이상의 숫자가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제조업 내 특정산업은 부품도 만들고, 가전제품도 만들고, 기계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재생산표식은 사용가치의 지출구조에 근거해 산업부문을 구분했다. 1부문은 생산수단(중간재+자본재)만을, 2부문은 소비재만을 생산해 서로 교환한다. 그리고 1부문이 2부문 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균형성장경로(부문간 '불균등'발전. '균형'은 수급균형을 의미한다)를 도출한다.

따라서 산업연관표 상의 산업별 지출구조를 재생산표식으로 재구성하려면 각 산업의 소비재 생산과 생산재 생산을 분리시켜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원자료없이는 불가능하고, 있다해도 한 기업이 소비재/생산재를 동시에 생산하면 애초 구분이 불가능하다. 만약 생산재 공급 비중이 높은 부문을 1부문, 소비재 공급 비중이 높은 부문을 2부문이라 놓게되면, 1부문이 생산한 소비재와 2부문이 생산한 생산재를 재생산표식상에서 어떻게 처리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2부는 좀 더 생각이 발전되면 쓰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