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경제학/시장경쟁론

20140828 가치법칙의 경향적 관철 : 불균형에서 균형으로

맹군_ 2014. 9. 30. 23:03

"자본주의의 내적/본질적 법칙은 경향적으로만 관철된다"는 명제가 있다. 마르크스 경제학에서 각종 '법칙'의 관철과 그것에 모순되는 '현상'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경향적으로 관철된다"는 말의 의미를 잘 생각해야 한다.

1) 균형에 관해 생각해보자. <자본론> 1권에서 '가치와 가격의 괴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칠게 이해하면 여기서 '가치'는 균형가격 혹은 중심가격이고 '가격'은 현실에 나타난 시장가격이라고 보면 된다. 가치든 가격이든 상품의 교환능력을 나타내는 척도이지만, 전자는 '본질'의 영역이고 후자는 '현상'의 영역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건 (시장)가격인데, 이는 본질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품사회(혹은 자본주의)의 고유한 특징을 반영한다. 

시장가격을 균형가격(가치)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만드는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다. 균형을 현실의 상태로 이해하는 주류경제학의 체계에서는 시장가격이 곧 수요-공급을 일치시키는 균형가격이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오히려 이러한 균형의 달성, 수급의 일치, 가격이 가치에 일치하는 것은 우연에 가깝다고 본다. 흔히 경쟁이 균형상태를 만들어낸다고 이해하지만, 현실의 경쟁은 오히려 항상적인 불균형 속에서 이뤄진다. 

균형, 혹은 '가치법칙'은 수요-공급의 끊임없는 변동과 불균형 속에서 '경향적으로만' 관철된다. 시장가격은 일반적으로 가치로부터 이탈하지만 경쟁을 통해 수요와 공급이 조절되는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가치로 수렴되는 경향을 갖는다.(그래서 '중심가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가격과 가치의 일치, 균형상태를 즉각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둘이 일치한 '상태'는 우연적이다. 균형은 상태가 아니라 '과정'으로서, '경향'으로서 관철될 뿐이다.

마르크스에게 '법칙'이란 아무런 매개없이 직접적으로, 명명백백하게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중력을 거스르는 온갖 반작용들 속에서도 관철되는 중력의 법칙처럼, 가치법칙은 결코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시장가격의 움직임 속에서 하나의 중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이런 법칙을 교란시키는 '현상'들, 가격을 가치로부터 괴리시키는 수요-공급의 '불균형'들은 단순한 교란이 아니라 법칙과 균형이 작동하는 필연적인 조건으로 작용한다. 현실의 경쟁은 내재적인 법칙이 작용하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이는 현실의 자본가들이 남들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으려고 다투는 과정(불균형) 속에서 결국은 효율적인 운영으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자본가가 사회적 평균으로 관철(균형)되는 원리에서 잘 드러난다. 

(덧, 흔히 오해하는 것이 <자본론> 3권에 나오는 가치->생산가격으로의 전형을 위에서 말한 '가치와 가격의 괴리' 문제로 이해하는 것이다. 가치에서 생산가격으로의 전형은 수요-공급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균형가격' 혹은 '중심가격' 내에서 파악한 '가치법칙 자체의 수정' 문제다. '가치법칙의 경향적 관철'이라는 위의 문제와는 다르다)

2) '법칙의 경향적 관철'이라는 아이디어는 이윤율 저하 경향의 법칙(TRPF)의 관철을 파악할 때도 중요하다. 특히 이 법칙과 현실 경쟁의 과정, 주기적으로 호황과 공황, 불황이 반복되는 '산업순환' 사이의 관계를 이해할 때 중요하다. 논자들마다 다들 이해하는 방법이 달라서 이 부분은 따로 정리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