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경제학/방법론

2016 메모4 : <자본론>에서 미시분석과 거시분석

맹군_ 2016. 5. 20. 19:54


자본론 1권에서의 가치론/잉여가치론과 3권에서의 생산가격론/평균이윤/분배론에 대해 전자를 '거시이론' 후자를 '미시이론'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1.현대경제학에서 거시와 미시

거시경제학적 분석이란 개별 산업이나 생산단위의 구분없이 국민경제 전체를 하나의 대상으로 보고, 국민소득의 생산/지출/분배를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미시경제학적 분석은 각 개별 시장에서의 가격/생산량 결정이 상호 어떻게 연관되고, 모든 시장의 일반적 균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본다.

2. 자본론 1권과 3권의 자본 개념 차이

(1) 1권
1권에서 등장하는 자본은 생산부문이나 산업 구분, 산업/상업/은행자본의 구분 등 개별자본간 차이와 상호작용이 고려되지 않는다. 개별자본간 경쟁을 '추상'한 자본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2가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1) 개별자본을 대상으로 하지만, 산업간 자본이동과 자본간 경쟁에 따른 가치의 '분배'를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가치의 '생산'만을 분석하는 것. 2) 개별자본 전체를 하나의 자본으로 보고 가격을 분석하는 것. 일종의 '총계분석'인 셈. 두 경우 모두 균형에서 가격은 가치(노동)에 비례하게 된다.
2)의 경우는 그 자체로 '거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3권에서 언급되는 '총가치=총생산가격' 명제를 떠올려볼 때, 1권의 분석을 '개별자본의 집합'이 아닌 '전체로서의 자본'이 대상인 것으로 보는 것이다.
1)의 경우는 개별자본 분석이므로 언뜻 '미시'인 것 같다. 하지만 개별자본간 경쟁과 상호작용이 배제돼있다는 점에서 미시의 대상은 아니다. 1)은 개별자본 수준에서 가치의 '생산'을 뜻하는데, 이는 오히려 거시에 가깝다. 가치 생산은 곧 노동의 투입이며, 개별 생산단위에 노동이 투입됐다는 것은 사회적 총노동이 일정비율로 각각 배분됐다는 뜻이다.
반면 3권에 나오는 생산가격은, 총노동이 사회적으로 배분된 것(가치)을 경쟁을 통해 개별자본들 사이에 '재배분'한 결과이므로 미시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3권
3권에서는 산업간 자본 이동과 자본간 경쟁이 존재해 평균이윤율이 형성되는 것을 고려한다. 이때 가치(에 비례한 가격)는 생산가격으로 바뀐다.
생산가격은 개별 가격을 따질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 '개별자본들의 집합'이 대상인 경우 자본들 간에 이윤이 분배된다. 이때 개별자본의 수준에서는 생산한 것(가치)과 실현된 것(생산가격)이 달라지게 된다.
하지만 이윤의 분배는 제로섬이므로, 총계적인 수준에서 이런 차이는 사라진다. 생산된 총잉여가치는 분배된 총이윤과 같고, 총가치는 총생산가격과 같다.

3. 미시경제학의 거시적 기초?

이런 이유로 1에서 제시한 거시경제분석과 미시경제분석의 구분을 각각 자본론 1,3권에 적용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주류경제학의 교과과정이 미시경제학적 기초 하에서 거시경제학으로 나아가는 방향과 다르게, 자본론은 거시->미시라는 반대방향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3권에 나오는 '전형문제'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생산가격이 계산하려면 평균이윤율이 결정돼야 한다. 각 개별자본의 투하자본량이 주어져있을 때, 평균이윤율을 구하려면 총잉여가치량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별자본의 생산과정에서 결정되는 각각의 '착취율'(잉여가치율)이 결정돼야 한다.
즉, 자본론에서 '미시경제학의 거시적 기초'라는 것을 '분배(평균이윤율)가 생산(착취율)을 기초로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4. 시장가격 : 경쟁의 '과정'과 항상적 불균형

(1) 주류와 마르크스의 '시장가격'
가치에 근거해 생산가격을 설명한 마르크스와 비교해, 고전파 정치경제학은 '가치론의 기초가 없는 생산가격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현대 주류경제학의 근원인 신고전파 가격론은 '가치론과 생산가격론이 없는 시장가격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가격의 결정 원리는 '수요-공급의 법칙'이다. 주류경제학에게 가격은 곧 유일하게 시장가격이다.
마르크스의 이론에도 엄연히 시장가격과 수요-공급법칙이 존재한다. 우리가 현실에서 관찰가능한 가격은 시장가격이다. 주류와의 차이는 이 시장가격을 '가치론-생산가격론'의 기초 하에서 설명한다는 점이다.
주류는 현실에서 관측된 시장가격이 곧 균형가격이라고 본다. 그 균형이 '불안정'할 순 있어도 '불균형'인 것은 아니다.
마르크스에게 시장가격은 불균형가격이다. 수요-공급의 법칙은 시장가격을 균형가격(중심가격)으로부터 주기적으로 이탈시키고 다시 복귀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수요-공급의 힘이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는 생산가격(총계적 수준에서는 가치)이 균형가격이 된다.

(2) 시장가격과 생산가격의 차이
시장가격(불균형)과 생산가격(균형)은 둘다 자본간 경쟁을 고려한다. 하지만 시장가격은 경쟁의 '과정'에서의 나타나는 가격이고, 생산가격은 경쟁의 '결과'로서 결정되는 가격이다. 수요에 맞춰 공급의 양, 곧 자본축적을 조정할 수 없는 '단기'에서 관측되는 현실의 가격이 시장가격이고, 경쟁의 결과 단기적 변동이 조정되는 장기적 가격이 생산가격이다.
시장가격론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자본론 곳곳에 산재해있다. 마르크스의 집필 계획에 따르면 현실경쟁에 관한 이론은 이후에 따로 논의될 예정이었고, 자본에 관한 일반이론에 해당하는 <자본론>에서는 필요한 경우에 부분적으로만 언급한 것이다.

5. 경기변동과 경제성장, 주기적 위기와 구조적 위기
경기변동은 총계적 경제지표의 단기적인 변화, 경제성장은 장기적인 변화를 말한다. 경제위기 개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서, 이 부분에선 개인적 입장이 상당히 반영된다.
만약 주기적 위기와 구조적 위기를 구분할 수 있다면, 전자는 경기변동 상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위기국면을, 후자는 장기적인 자본축적의 결과로 발생하는 '대위기'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4에서 논한 불균형-균형, 시장가격-가치(총계적 수준이 대상이므로 생산가격=가치), 단기가격-장기가격의 구분을 그대로 이어가자. 단기적 경기변동의 궤적은 장기적 경제성장 추세 주위에서의 상하운동이며, 균형으로부터의 이탈과 수렴의 주기적 반복이며, 시장가격이 가치를 중심으로 변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이 옳다면, 거시경제학의 핵심적인 대상인 경기변동을 설명하려면 시장가격론/현실경쟁론이 필수적이다. 특히 수요-공급의 '불균형'에 근거한 가격과 거래량이 정의돼야하고(주류의 일반균형이론에 따르면 균형가격에서 벗어난 경우 교환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다), 특히 불균형을 누적시키는 '신용 메커니즘'과 '고정자본 생산/가동/교체의 주기성' 등의 요인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자본론>은 전반적으로 균형에서의 생산/분배/성장에 대한 분석이다. 주류와 싸워야할 현실의 영역인 시장가격에 대한 마르크스 고유의 '불균형 가격이론'이 발전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