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메모 7. 가치를 '양적 크기'로 다룰 때는 노동으로도, 화폐로도 측정가능하다.
이는 자본론을 읽을 때 쉽게 혼동할 수 문제인데, '가치'라는 용어법이 실체-형태를 다룰때와 크기를 다룰때를 구분하지 못해서 나타난다.
1) 가치의 실체는 노동이다. 화폐를 통해 나타낸 가치의 형태가 가격이다. 여기서 가치와 가격의 구분은 '본질-형태', 눈에 보이지 않은 실체와 눈에 보이는 모습의 차이를 나타낸다. 자본론 1권 1편까지의 용어법은 주로 여기에 해당한다.
2) 이후 가치를 양적인 개념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용어법이 달라진다. 어떤 상품의 가치를 '100원'이라고 쓰기도 하고 '10시간'이라고 쓰기도 한다. 1)의 구분에서는 분명 '100원'은 가격이고 '10시간'은 노동(가치)인데 왜 섞어쓰는걸까. 특히 자본론 3권에서 '가치에서 생산가격으로의 전형' 부분을 볼때도 가치와 생산가격은 둘다 화폐단위로 측정된다. 대체 왜?
가치는 화폐로 표현돼야만 확인될 수 있는 상품의 '교환가능성'이다. 본래 가격이라는 형태가 아니면 가치는 측정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상품에 투여된 노동을 계산할 수 있지 않나"라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한번 해보시라. 상품을 아무리 뜯어봐도 추상노동량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이론적으로 노동량에 비례해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결국 가치를 '양'으로 파악할때는 화폐적 표현, 즉 가격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1권 1편 이후에 나오는 '가치량'은 모두 '추상노동량, 혹은 가치량을 그대로 반영한 가격'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즉, 산업간 잉여가치의 분배가 반영된 가격(생산가격)이나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반영된 가격(시장가격)과 구분되는 양적인 크기를 지칭하는 것이다.
3) 따라서 '가치와 가격의 구분'을 이해할 때 질적 차원(실체와 형태의 구분)과 양적 차원(추상노동량을 그대로 반영한 가격과 반영하지 않은 가격의 구분)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1권 수준에서 '가치와 가격'의 양적 차이는 정확히 표현하면 '노동량에 비례한 가격'과 '수요-공급 조건을 고려한 시장가격'의 차이를 말한다.
3권에 나오는 가치에서 생산가격으로의 전형이란건 '노동량에 비례하는 가격'에서 '잉여가치가 산업간에 분배되고 난 이후의 가격'으로의 변화를 말한다.
4) 상품의 교환가능성을 양적 차원에서 파악할 때는 가치-생산가격-시장가격이라는 3가지 크기가 존재한다. 1)에서 질적 차원의 문제와 혼동하면 안된다. 다시 말하지만, 양적 차원에서 '가치'는 '가치량에 비례한 가격'이란 뜻이다. 이 세가지 크기는 화폐라는 단일한 측정단위로 계산돼야 한다. 물론 화폐의 가치(화폐 한 단위가 대표하는 추상노동량이란 의미)를 각각에 곱해주면 셋 다 노동량으로 측정될 수 있다. 중요한건 노동량이 됐든 화폐가 됐든 '가치-생산가격-시장가격'의 측정단위가 다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5) 전형논쟁에서 비마르크스주의자들이 사용했던 전형공식은 이 두가지 차원을 혼동했다. 가치의 체계(노동)와 생산가격의 체계(화폐)가 별도로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이걸 이원체계라고 한다. 하지만 양적 차원에서 가치와 생산가격은 노동으로 계산하든 생산가격으로 계산하든 하나의 체계에서 양적 차이로 계산돼야 한다. 이걸 단일체계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이런 단일체계 하에서 투입물과 산출물의 생산가격이 동시에 결정되는가, 시점을 달리해서 결정되는가의 논쟁이 있었다. 동시적 단일체계를 내놓은 이들이 뒤메닐과 폴리, 시점간 단일체계를 내놓은 이들이 클라이만 등의 이론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