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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경제학/금융론

마르크스 금융이론의 확장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신용시스템의 근본 원리와 금융-실물의 연관에 대한 통찰을 내놓는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구체적인 작동방식에 대한 분석은 이후의 과제로 남겨졌다. 마르크스의 금융이론을 확장시켜야 할 현대 금융의 특징들을 몇가지 정리해본다.

-기업의 자본조달 : 마르크스는 산업/상업자본이 차입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상업신용과 은행신용, 즉 어음의 발행과 은행으로부터의 대출을 분석한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대기업들은 채권시장을 통한 직접금융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 기업이 은행과 맺는 사적 채무계약과 공개시장에서의 채무증권 발행은 서로다른 특성을 갖는다.

-정부채권 : 민간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도 금융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국채시장은 단순히 정부지출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본원통화의 조절과 기준금리의 통제는 대부분 국채시장에서의 매매(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이뤄진다. 현대 화폐시스템과 이자율 분석의 시작점은 더이상 금과 은행대출이 아니라 국채여야 한다.

-가계(노동자계급) 금융 : 자본론은 노동자계급의 임금과 소비에 대해서도 구체적 분석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금융과 관련해서도 노동자들이 임금의 일부를 예금하거나 소비를 위해 차입하는 행위는 이론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물론 그것이 가능하고 실제로 이뤄진다고 봤으나 기본적으로는 금융자본과 산업/상업자본 간에 형성되는 신용관계에서 파생되는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의 부실에서 시작되었듯이, 노동자계급은 금융시장의 영역에 깊숙히 들어와있다. 또한 은행을 비롯한 금융중개기관들이 운용하는 거대 금융자본에는 화폐자산가계급 뿐만 아니라 노동계급의 유휴자금(예금, 펀드 등)도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은행의 성격변화 : 산재된 유휴자본을 예금으로 모아 기업에 대출하는 것이 은행의 주된 역할이었으나, 자본시장이 발달하고 기업의 자본조달능력이 향상되면서 은행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다. 은행 창구에서 펀드나 보험을 팔고 IB(투자금융)업무도 일정부분 수행하는 등 직접금융시장의 중개기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가계대출의 규모도 엄청나게 늘려왔다.

위에 언급한 네가지 특징은 새로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마르크스가 제시했던 화폐와 신용이론의 근본적인 통찰을 구체적인 현실에 어떻게 적용하고 확장할 것인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현대 금융이론에 관해 의지할만한 마르크스경제학자들이 극히 드물다는 사실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