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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화폐·금융의 정치경제학

『화폐·금융의 정치경제학』 서문 中 (1)


"지난 30년간 영미권의 급진 정치경제학에 진정한 르네상스 시기가 찾아왔다. 가치이론, 노동과정, 실물자본의 축적에 관한 분석, 주류경제학 비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의미있는 진전이 이뤄졌지만, 유독 화폐·금융 분야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화폐와 금융을 분석한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연구를 영어권에서 찾기는 거의 어려웠다. 이는 현대자본주의에서 화폐·금융의 중요성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매우 역설적이다. 반면, 일본의 정치경제학은 전후 시기 화폐·금융 이론 연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일본의 <신용이론연구학회>만 해도 회원이 수백명에 달하며, 대부분 넓은 의미에서 마르크스주의 전통에 속하는 이들이다. 영미권과 일본의 정치경제학 사이에 왜 이러한 격차가 발생하게 됐는지 살펴보는 것도 그 자체로 경제사상사에서 흥미로운 주제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에서 발전된 화폐·금융에 관한 급진 정치경제학의 기초 개념들을 영어권에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작업에 착수하는 과정에서 실물적 축적과 화폐·금융제도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한 더욱 심도있는 연구가 요구되었다. 따라서 이 책은 화폐의 논리적 기원과 역사적 기원, 이자낳는 자본의 개념과 창조 과정, 중앙은행의 본성과 기능, 화폐의 역사적 성격과 자본주의 경제의 금융불안정성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 동시에 자본주의 신용시스템의 구조, 상품화폐·불환화폐·신용화폐의 구분, 신용시스템과 주식자본의 관계 등과 같은 (적어도 일본에서는) 충분히 확립된 정치경제학적 화폐·금융 이론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Itoh and Lapavitsas(1999), 「Introduction」,『Political Economy of Money and Fin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