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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화폐·금융의 정치경제학

『화폐·금융의 정치경제학』 서문 中 (2)

"통화학파의 주된 논쟁자였던 은행학파는 자본주의 신용시스템의 작동과 자본주의적 화폐의 기능에 대한 심도있는 해석을 제시했다. 은행학파의 주장은 현대 포스트케인즈학파의 작업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이 전통은 이론적 정교함에도 불구하고 화폐·금융적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일관된 정책들을 제시하지 못했다.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은 본질적으로 (케인즈의 통찰을 포함한) 은행학파의 이론에 동조하며, 통화학파의 단순한 주장을 거부한다. 동시에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은 케인즈주의의 심리학적·주관적 요소들을 거부하면서 화폐·금융 이론의 사회적 토대를 구축하고자 한다. 화폐·금융에 관한 모든 분석에 노동가치론이 적용될 필요는 없지만, 객관적 노동가치론은 주관적 한계효용이론과 다르게 화폐·금융 이론의 사회적 토대를 마련하는데 필수적인 분석지침을 제시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마르크스주의 화폐·금융 이론이 은행학파의 주장과는 달리 화폐·금융적 불안정성의 궁극적 원인을 자본주의적 축적과정 자체로 파악하다는 점이다. 자본주의적 화폐공황과 금융위기는 자본주의적 축적의 필연적 결과인 동시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한편 화폐공황과 금융위기는 그것이 발현되는 역사제도적 구조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정책을 통해 위기의 영향(특히 노동자들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개선시킬 수는 있어도, 자본주의의 화폐·금융적 불안정성 자체를 영구적으로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Itoh and Lapavitsas(1999), 「Introduction」,『Political Economy of Money and Fin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