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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일반

메모 15 : 주류경제학의 '자본' 개념

1) 재화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산요소로 쓰이는 '실물자본'만을 지칭한다.

경제학이 아닌 영역(회계기준 등)에서 화폐나 채권, 주식 등을 자본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경제학에서 그것들은 '금융자산'으로 따로 분류된다. 부동산이나 귀금속의 경우 에도'실물자산'으로 분류된다. '자본'은 기계와 같은 실물 생산요소만을 가리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경제학에서 '투자'는 자본재를 구매해 실물자본의 양을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투자나 채권투자와 같이 금융자산을 구매하는 경우에도 투자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건 경제학의 용어는 아니다. 오히려 경제학에서 실물자본에 대한 '투자'는 자금차입과 관계되고, 주식이나 채권같은 금융자산의 구매는 '저축'의 수단에 해당한다.

2) 기계나 공장, 건물 등 '고정자본 스톡'에 해당한다.

원료나 소모품과 같이 회계기간 내 구매와 투입, 소모가 완전히 이뤄지는 생산수단인 '중간재'는 자본에서 제외된다. 고정자본은 재화의 생산에 '전체'로서 투입되지만, 비용으로는 '일부'(감가상각 만큼)만 소모된다. 예컨대 감가상각률 10%의 기계 1억원어치가 있다고 하자. 생산물의 가치에 포함되는 것은 1000만원(감가상각)만큼이지만 이것은 자본이 아니다. 자본은 1억원어치 기계 전체를 의미한다. (물론 이론에 따라서는 중간재를 감가상각률 100%의 자본으로 보기도 하지만, 거시적으로 재화의 가치를 총가치가 아닌 부가가치로 보는 이상 중간재는 생산요소에서 제외되는게 일반적이다.)

3) 자본에 대한 소유권은 궁극적으로 기업이 아닌 가계에 귀속된다.

주류경제학에서 자본(=실물자본스톡)에 대한 소유는 2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a) 가계가 노동과 자본이라는 생산요소를 소유하고, 기업이 이를 '임대'해서 재화를 생산한 후에, 그 수입을 다시 가계에 분배해주는 형태. 국민회계 상 '자본소득'의 개념은 이에 근거하는데, 실제로 가계가 실물자본스톡을 소유해 기업에 빌려주는 모습은 다소 비현실적이다. (b) 따라서 기업이 실물자본을 가지고 투자 결정도 맡아서 하되, 가계가 기업에 대한 소유권(주식/지분)을 가지고 있어서 자본소득을 배당받는 좀 더 현실적인 형태를 가정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자본이라는 생산요소의 궁극적 소유권은 가계에 있다. (따라서 가계는 노동자이면서 자본가이고, 기업은 단지 생산만 하는 비인격적 경제주체다.)

=> 주류경제학의 자본 개념은 매우 범위가 좁고 한정적이다. '실물 생산요소'이자 '여러기간 동안 사용되는 고정요소'라는 소재적 특성이 명확하게 규정된다.

반면 마르크스가 규정하는 '자본'은 소재나 기능이 특정되지 않는다. 자본은 <자기 증식하는 가치>로 정의된다. 가치라는 사회적 '힘'이 자신의 규모를 늘려나가는 운동 그 자체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가치가 확장해가는 운동 과정(자본의 순환)에서 매 순간 나타나는 '소재적 형태'나 경제의 각 영역에서의 '기능'은 (자본 그 자체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에게 다양한 모습을 부여할 뿐이다.

즉, 가치가 증식해나가는 과정(이윤창출과정)에 있다면 화폐, 노동력, 생산수단, 생산물은 (소재적 형태만 다른) 모두 '자본'이다. 마르크스는 이를 '화폐자본' '생산자본'(노동력+생산수단) '상품자본'으로 규정해 자본이라는 더 넓은 범주에 포함시킨다. 반면 주류경제학은 이를 화폐, 노동, 자본, 재화/서비스 라는 별개의 대상으로 파악한다. 또한 마르크스가 '불변자본'(자본 중 생산수단의 가치)으로 파악한 중간재는 주류경제학의 자본 개념에서 제외된다.

마르크스는 자본을 기능에 따라 산업자본, 상업자본, 이자낳는자본(금융자본) 등으로 나누는데, 주류경제학에서 이것은 각각의 '산업분류'(제조업,상업,금융업)일 뿐이지 자본 개념으로 파악할 수 없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