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르크스 경제학/가치론

메모 14. 효용가치론과 노동가치론

효용가치론과 노동가치론을 대조할 때 흔히 빠지는 오해가 있다. 전자의 '효용' 개념이 후자의 '사용가치' 개념과 유사하다고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몇가지 이유로 둘은 다르다고 봐야한다.

1) 효용은 재화를 소비할 때 느끼는 '주관적 만족도'인 반면, 사용가치는 '물질적 유용성'이다. 효용은 사람들이 재화에 대해 매기는 선호의 순서를 가상의 크기로 나타낸 것이다. 반면 사용가치는 현실적으로 측정가능한 물질적 속성이다. 주류경제학의 개념으로 사용가치는 '수량'에 가장 가깝다.

2) 효용이나 추상노동이나 모두 상품의 교환비율, 즉 '가격'의 변화를 추동하는 실체를 개념화 한 것이다. 효용은 각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지를 수치화 한 것으로 상품에 대한 '수요'를 결정하는 힘이다. 즉, 효용은 상품수요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주류경제학에서 재화의 공급은 생산요소의 부존량과 생산기술에 의해 결정된다. 효용가치론은 이런 공급조건이 주어질 경우, 시장가격은 궁극적으로 효용에 의해(즉 수요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3) (추상)노동가치론은 시장가격 결정의 배후에 '가치'가 존재하고, 가치의 실체가 곧 추상노동이라는 이론이다. 효용(수요)은 곧바로 시장가격을 설명하는 한 축이지만, 추상노동은 시장가격 형성 이전에 생산에서 결정되는 '가치'를 결정하는 실체다. 추상노동에 의한 가치의 결정은, 상품이 생산자에 의해 '공급량'으로 시장에 등장하기 이전에, 또한 소비자의 효용에 따른 '수요량'이 나타나기 이전에 이뤄지는 것이다.

4) 정리하자면 두가지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 첫째, 효용은 사용가치(수량)가 아니라 가격과 관련된 개념이다. 둘째, 효용은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상품의 '수요'와 관련된 개념이고, 추상노동은 시장가격 형성 이전에 생산에서 결정되는 '가치'와 관련된 개념이다. 즉, 효용가치론은 '시장수요가격의 실체는 효용'이라는 이론이고, 노동가치론은 '가치의 실체는 추상노동'이라는 이론이다.

결국 둘은 같은 층위에서 비교될 수 없는 이론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마르크스경제학에서도 시장가격을 설명하는 단계에서(즉, 가치에서 이탈하는 시장가격의 운동) '상품에 대한 수요'를 결정하는 이론으로서 효용가치론은 충분히 들여올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