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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경제학/가치론

주어진 가치로서 불변자본과 가변자본

마르크스경제학에서 자본의 정의는 ‘자기증식하는 가치’다. 가치는 그것을 담고 있는 소재적 특성(사용가치)과 별개로 존재하는 순수하게 양적인 존재다. 따라서 ‘가치의 운동’을 의미하는 자본은 그 소재가 때로는 화폐로, 생산요소(생산수단과 노동력)로, 생산물로 끊임없이 바뀌지만, 일정한 가치량으로서 자본의 크기는 그 소재적 특성과는 독립적으로 파악돼야 한다.

불변자본(C)과 가변자본(V) 역시 본질은 일정한 크기의 가치량이다. 그것은 아직 생산에 투하되기 전의 화폐자본의 두 구성요소일 수도 있고, 생산과정에서 생산수단과 노동력으로 전환되었을수도 있고, 생산된 상품의 비용을 구성하는 두 부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각 경우는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이 한시적으로 취하는 현실의 모습이다. 본질은 가치다.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이 소재적 특성과 독립적인 ‘일정량의 가치’라면, 그것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가치는 언제나 화폐금액(money value)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여기서 화폐금액이란 가격표나 장부 상의 회계적인 금액을 의미하는 것이지 현금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소재의 변화에 따라 회계장부 상에서 항목이 바뀌더라도 유지되는 그 금액 자체가 곧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가치량이라는 것이다.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은 생산에 투하되는 총자본 중에서 각각 생산수단과 노동력으로 전환되는 부분을 의미한다. 그 전환은 화폐에 의한 상품(생산요소)의 구매를 통해 이뤄진다. <중요한 것은 자본, 즉 일정량의 화폐금액으로 나타나는 가치가 전제되고, 그것을 통해 생산수단과 노동력이 구매된다는 것이다.>

C와 V는 주어진 금액이다. 그 금액으로 생산요소를 구매할때, 그것은 각 생산요소의 ‘시장가격’으로 구매될 것이다. 자본가의 회계장부에 기록되는 현실의 구매비용이 곧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이다.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크기는 그 소재가 생산요소로 전화되기 이전에 자본가의 회계장부 속에 이미 주어져있던 크기다. 구매된 생산수단과 노동력의 본래 가치 또는 생산가격이 얼마였는지는 생산물의 가치와 가격을 계산하는데 있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주어진 것은 투입물이 아니라 투입물을 구매하기 위해 자본가가 가지고 있던 자본가치의 크기다.

정리하자면,
불변자본(C)=생산수단을 구매하는데 쓰인 투하자본량(화폐금액)=생산수단의 시장가격
가변자본(V)=노동력을 구매하는데 쓰인 투하자본=시장임금

소모된 C와 V는 생산물의 가치 또는 가격의 ‘비용’이 된다. 비용은 반드시 구매시점의 시장가격으로 고정될 이유는 없다. 즉 역사적 비용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생산과정이 길어진다면 회계장부 상 비용은 끊임없이 재평가된다. 하지만 생산물의 가치/가격이 결정되는 시점에서 비용은 반드시 주어진 것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비용의 결정과 생산물의 가치/가격의 결정은 순차적(sequantial)인 것이지 결코 동시적(simultaneous)일 수 없다는 것이다.

생산물의 가치, 생산가격, 시장가격의 크기는 일반적으로 다르다. 결정 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차이는 생산과정이 끝나고 생산물이 유통과정에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출발점은 투하자본(M)으로 동일하며, 각각의 비용도 동일하다. 여러개의 가격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출발점에서 시작해 여러개의 도달점이 존재하는 하나의 가치-가격 시스템이 있는 것이다.

‘생산물의’ 가치(W)는 가격(P)을 규제한다. 이는 별도의 가격시스템으로서의 가치체계가 가격체계를 일방향으로 규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전에 생산된 생산물의 가격은 그것이 다음번 생산에서 생산요소의 구입 비용을 이루면서 해당 생산물 가치의 결정에 영향을 준다. W(t)->P(t)->W(t+1)->P(t+1) 의 연속이라는 뜻이다.

내가 TSSI에 동의하면서도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비용가격을 반드시 ‘생산가격’으로 평가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생산가격은 가치를 대체하는 ‘중심가격’, 즉 시장가격의 장기적 구심점이다. 애초에 시간성과 순차적 가격결정을 도입할 것이라면 비용가격은 가장 현실적인 가격, 즉 시장가격이어야 한다.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 또한 그래야만 가치에서 생산가격으로의 전형만이 아니라, 생산가격으로부터 시장가격의 괴리까지 설명할 단초가 생긴다. ‘장기적인 무게중심’으로서 생산가격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려면, 생산조건이 주어져있을때 구매시점과 판매시점의 가격이 수렴하게 될때만 생산가격이라고 봐야한다. 모슬리와 TSSI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 여기서 수렴은 ‘동시적 결정’이 아니라 ‘순차적 결정의 반복에 의한 장기수렴’을 말한다. 그런의미에서 모슬리를 ‘동시적 단일체계’(SSSI)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