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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경제학/가치론

노동-가치-생산가격-시장가격에 대한 도식화





아이패드와 애플펜슬로 뚝딱 만든 노동가치론 도식. 헷갈리는 개념들을 한데 모아봤다.

(1) 상품의 이중성 : 사용가치와 가치
- 사용가치는 상품을 소재적 측면에서 바라본 것으로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유용성을 의미.
- 가치는 상품을 사회적 측면에서 바라본 것으로 한 상품을 다른 상품/화폐와 교환 가능하게 하는 성질을 의미.

(2) 노동의 이중성 : 구체노동과 추상노동
- 구체노동은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노동. 소재적으로 다른 사용가치를 창출하는 노동들, 혹은 같은 사용가치를 생산하더라도 숙련도나 강도에서 차이가 나는 노동들은 서로 이질적인 구체성을 가짐.
- 추상노동은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 추상노동은 인간노동력의 지출이라는 물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하며, 동시에, 판매를 위한 생산(상품생산)이라는 동일한 목적에 따라 행해진 노동이라는 사회적 동질성에 기초함. 노동의 질적 차이가 제거(추상)되어 양적 차이만 남은 동질화된 노동을 의미. 복잡함이나 강도의 차이 역시 동질적인 단위로 환원된 것.

(3) 가치의 실체/크기/형태
- 가치실체=추상노동 : <노동가치론>이란 “가치의 실체가 노동”이라는 이론. 상품의 사회적 속성, 즉 교환가능성을 의미하는 <가치>의 실체(본질)가 추상적 <노동>이라는 의미. 사용가치 생산의 측면에서 보면 (구체)노동 뿐만 아니라 기계 등의 생산수단 역시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노동가치론에서 말하는 가치는 사용가치와 구별됨.
- 가치크기=노동시간 : 가치의 크기는 상품 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평균 노동시간에 따라 결정됨. 오해하지 말아야 것은, 여기서 결정되는 것이 우리가 현실에서 접하는 <시장가격>의 크기가 아니라는 것. 아래 도표에서 보듯 노동시간에서 시장가격에 도달하기까지는 여러 단계가 필요.
-가치형태=가격’들’ : 가치의 실체는 노동이지만 노동 그 자체는 아님. 인간의 행한 과거와 현재의 노동이 상품의 교환가능한 속성으로 굳어진 것이 바로 가치. 하지만 물적/소재적 측면에서 상품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음. 가치가 가시적인 형태로 드러난 것이 바로 가격. 가격은 가치의 양적 크기를 화폐단위로 나타낸 값. 가치는 오로지 일정한 양의 화폐로서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음.

(4) 가격’들’ : 가치(가격) / 생산가격 / 시장가격
-가치의 형태를 굳이 가격’들’이라고 쓴 이유는 현실에서 가격은 정확히 노동시간에 비례하지 않으며 그럴 수 밖에 없기 때문. 가치의 실체인 추상노동은 필연적으로 가격이란 형태로 나타나지만, 양적으로는 다양한 가격’들’로 나타날 수 있음. 가치와 가격이 양적으로 괴리하게 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노동가치론을 이해하는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5) 중심가격으로부터 시장가격의 이탈과 수렴
-시장가격 : 우리가 시장에서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는 현실의 가격. 흔히 마르크스경제학이 수요-공급에 의한 시장가격의 결정이론을 부정한다고 착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음. 마르크스 역시 수요공급의 작용이 시장가격의 변동을 일으킨다고 봄. 다만 그 배후에 가격변동의 무게중심(centre of gravity)으로 가치가 존재하며, 그 실체가 노동이라는 것이 노동가치론의 의미.
-중심가격 : 경제학의 전통에서 가치(value)란 수시로 변동하는 시장가격(price)과는 별개로 존재하면서도 그것을 규제하는 ‘진정한 값어치’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음. 현실에서 직접적으로는 수요-공급조건에 따라 결정되는 시장가격은 궁극적으로는 노동시간에 비례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이탈과 수렴을 반복하는 순환 운동을 함.

(6) 가치(가격)에서 생산가격으로 전형
-가치(가격) : 지금까지 가치 뒤에 괄호를 쳐서 (가격)이라고 표시한 이유는 <자본론>에서 가치 개념의 용법이 다소 혼란스럽기 때문. 넓은 의미에서 가치(회색배경 박스)는 실체/크기/형태라는 세 측면에서 볼 수 있으며, 맥락에 따라 노동(실체/크기)이기도 하고 노동시간에 비례한 가격(형태)이기도 함. 하지만 <자본론> 1권 2편 이후로는 특별한 수식어가 없는 한 ‘상품가치’는 형태 측면에서의 가치, 즉 ‘노동시간에 비례하는, 화폐단위로 표현된 가격’을 의미함. 예컨대 “아마포의 가치는 100원이다” 식의 용법. 따라서 가치를 실체(노동)와 구분하면서 다른 가격들(생산가격, 시장가격)과의 양적 차이를 분석하는 맥락에서 사용하기 위해 ‘가치(가격)’이라고 쓴 것. 편의를 위해 형태적 측면에서의 가치를 괄호를 빼고 ‘가치가격’이라 쓰겠음.
-생산가격 : <자본론> 3권에서는 가치에서 생산가격으로 전형되면서 개별상품 내지 개별산업 수준에서는 가치와 생산가격이 체계적으로 괴리한다는 것을 보여줌. 주의할 점 세가지. 첫째, 여기서 가치는 실체(추상노동)가 아니라 형태, 즉 가치가격이라는 점. 둘째, 전형과정은 개별 수준에서 ‘중심가격’의 역할이 가치에서 생산가격으로 이동된다는 것을 의미. 또한 총계 수준에서는 가치가격=생산가격이므로 여전히 중심가격은 가치가격이라고 할 수 있음. 셋째, 가치가격으로부터 생산가격이 괴리하는 것은 ‘체계적’이지만, 중심가격(가치가격 또는 생산가격)으로부터 시장가격이 괴리하는 것은 비체계적인 이탈이라는 것. <자본론> 3권은 전형과정을 통해 전자를 보여주고 있지만, 후자는 (부분적으로 흔적은 남아있지만) 3권 이후의 과제로 남겨졌음.

덧. 현실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노동(구체노동)에서 시작해 현실의 가격(시장가격)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최소’ 4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장가격과 구체노동시간을 기초로 측정된 통계자료를 가지고 노동가치론을 실증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