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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경제학/가치론

수식으로 이해하는 자본론 (1) 상품의 이중성과 노동의 이중성

자본론 1권 <자본의 생산과정>

제1장 상품

 

[1] 사용가치

 

사용가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노동생산물의 물질적 유용성을 의미한다. 어떤 상품이 사용가치를 가지고 있을 때, 상품의 몸체 그 자체를 사용가치라고 부를 수 있다. 사용가치를 고찰할 때 우리는 항상 상품의 물질적 수량을 다루게 된다. 그러나 사용가치는 상품에 따라 질적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상품의 사용가치량은 연산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i=1 을 치킨, i=2 를 커피라고 하면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치킨과 커피는 질적으로 다른 종류의 사용가치이므로 둘을 동일한 단위로 연산할 수 없다. 치킨 두 마리와 커피 세 잔을 합친다고 해서 다섯개의 무언가가 나올 수는 없다는 뜻이다.

           

 

[2] 교환가치

 

교환가치는 어떤 종류의 사용가치(상품)를 교환을 위해 내놓았을 때 얻을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사용가치의 양을 의미한다. 한 상품의 교환가치를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한 상품의 교환가치는 다른 상품의 수량 단위로 표현된다. 따라서 동일한 상품의 교환가치도 교환되는 다른 상품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크기를 가지게 된다. i=3을 연필, i=4를 라면이라고 하면 치킨의 교환가치는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 있다.

우리가 현실에서 상품을 고찰하면 (1)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물질적 유용성을 갖다는 것(사용가치)과 (2) 일정량의 다른 상품과 교환된다는 것(교환가치)을 확인할 수 있다.

 

[3] 가치

 

위에서 치킨의 교환가치를 표현한 식들을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커피 3잔, 연필 10자루, 라면 15봉지는 사용가치로서는 이질적이고 직접적으로 비교불가능한 단위의 수량들이다. 하지만 세개의 표현식 모두 동일하게 치킨 1마리의 교환가치를 표현하고 있다. 즉, 치킨의 교환가치로서는 서로 대체할 수 있는 동일한 크기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고찰을 통해 두가지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1) 치킨 1마리의 다양한 종류의 교환가치들은 치킨 1마리에 내재한 동일한 '무엇'을 표현하고 있다. (2) 커피 3잔, 연필 10자루, 라면 15봉지에는 각각의 사용가치량과 구별되는 그 '무엇'의 동일한 양이 들어있다.

치킨의 사용가치, 그리고 다양한 교환가치들과 구분되는 제 3의 존재로서 그 '무엇'이 곧 치킨의 교환가치를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품에 내재하며 그것을 일정량의 다른 상품과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속성, 즉 내재적 교환가능성을 상품의 가치(value)라고 한다.

치킨, 커피, 연필, 라면 등 서로 다른 사용가치들이 교환가치로서는 서로 등치될 수 있는 이유는 그것들이 모두 동일한 양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용가치와는 달리 가치는 모든 상품에 있어 동질적이고 비교가능한 속성임을 의미한다.

앞에서 예로 들었던 치킨의 교환가치 표현식들은 등식을 이루는 두 상품에 각각 내재한 가치량의 관계로 다시 나타낼 수 있다.

예시에서 나타난 교환가치와 가치의 관계를 일반적인 공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즉, 상품 i의 교환가치는 상품 i에 내재한 가치량을 다른 특정 상품(j)의 가치에 대한 상대적인 크기로 표현하는 방식인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한 상품이 다른 상품과 일정한 비율로 교환되는 사실만을 확인할 수 있다. 상품은 그 자체로 사용가치로서 나타날 뿐이며, 그 안에 있는 가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현상적으로 상품의 이중성은 사용가치(물적 속성)와 교환가치(사회적 속성)로 나타난다. 하지만 지금까지 분석한 바와 같이 교환가치는 상품에 내재한 가치를 다른 상품과의 상대적 관계로서 나타낸 표현형태에 불과하다. 따라서 상품은 본질적으로 사용가치와 가치라는 이중적 속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4] 가치의 실체와 노동의 이중성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의 의미는 '가치의 실체가 노동'이라는 것이다. 가치란 무엇인가? 상품에 내재하는 일정한 크기의 교환가능성이다. 따라서 가치의 실체란 한 상품이 다른 상품과 교환될 수 있도록 해주는 근원을 뜻한다. 아담 스미스로부터 리카도를 거쳐 마르크스에 이르는 고전파 정치경제학의 전통에서는 노동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하는 실체라 봤다. 반면 현대 (주류)경제학에서는 상품을 소유한 인간들이 다른 상품에 대해 갖는 주관적 만족도나 선호도가 교환을 규정하는 원인이라고 본다.

상품이 사용가치와 가치라는 이중성을 가진 것처럼 노동 역시 이중성을 갖는다. 현실에서 노동은 질적으로 서로 다른 종류의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노동들로 구성돼있다. 쌀을 재배하는 노동과 빵을 굽는 노동, 자동차를 제조하는 노동 등 질적으로 구별되는 유용성의 측면에서 바라본 노동을 '구체노동'이라고 부른다. 구체노동은 사용가치를 만들어내지만, 그것이 사용가치 생산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다. 사용가치는 생산수단(노동대상 및 노동수단)과 노동의 결합을 통해 생산된다.

가치는 모든 상품들을 동일한 기준에서 일정한 비율로 교환할 수 있게 하는 속성이다. 따라서 가치의 실체로서 노동은 그 구체적 유용성과 질적 차이를 제거한 동질의 비교 가능한 노동, 즉 인간노동력 일반의 지출이며, 이를 '추상노동'이라고 부른다. 구체노동이 사용가치와 관련해 질적적으로 고려된 노동이라면, 추상노동은 가치와 관련해 양적으로 고려된 노동이다.

 

[5] 가치의 크기 : 사회적 필요 노동시간

 

상품가치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그것의 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socially necessary labor-time, 이후 SNLT)이다. 사회의 총노동은 무수한 개인들의 구체적인 노동들로 구성돼있지만, 상품들 간의 교환관계 혹은 가치를 형성하는 실체로서는 하나의 동질적인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SNLT는 단순히 상품의 생산에 소요되는 실제의 (시계로 측정되는) 자연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사회의 정상적인 생산조건과 지배적인 노동숙련도 및 노동강도 하에서 사회적 평균단위로 동질화된 노동시간을 의미한다.

예컨대 동일한 자연시간이 소요된 노동이라 해도 노동강도나 숙련도가 더 높아 2배의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은 2배의 SNLT로 인정된다. 더 복잡한 노동은 강화된 혹은 배가된 단순한 사회적 평균단위의 SNLT로 환원된다.

  * 주) 상품 한 단위에 대한  SNLT가 아님에 주의할 것.

상품가치는 해당 상품의 생산을 위해 현재 투입되는 SNLT에 의해 창조되는 가치 부분 외에도, 과거의 생산의 결과물인 생산수단으로부터 이전되는 가치를 포함한다. 전자를 부가가치, 신가치 혹은 가치생산물이라고 부른다. 후자는 이전된 가치, 구가치 라고 한다.

가치의 크기가 SNLT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은 엄밀히 말해 부가가치(Y)에만 해당된다. 이전된 가치(C) 부분은 생산수단의 생산에 투입된 과거의 노동에 의해 창출된 가치다. 따라서 상품가치 전체를 규정하는 추상노동량은 산 노동(현재노동)과 죽은 노동(과거노동)의 합이다.

노동시간은 상품의 가치 크기를 규정한다. 그런데 활동 상태의 인간의 노동력, 즉 인간노동은 가치를 창조하지만 그 자체가 가치인 것은 아니다. 추상노동이라는 사회적 실체가 상품의 객관적 속성(내재적 교환가능성)으로 응고된 것이 곧 가치다. 가치는 순수하게 사회적인 속성이기에 그 자체로는 감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노동시간에 의해 결정되는 가치의 크기가 현실에서 계산가능한 형태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어떤 '표현재료'가 필요하다. 이후 살펴볼 가치형태 분석에서 그 표현재료는 최종적으로 화폐로 드러날 것이다. 상품의 가치가 노동시간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 혹은 비례한다는 것을 수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식 (7)~(9)를 활용해 상품가치를 다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6] 노동생산성과 사용가치량

 

동일한 크기의 노동시간이 투입되더라도 노동의 생산력이 높아지면 생산량은 늘어난다. 노동생산성은 일정한 노동시간에 생산되는 사용가치량을 의미한다. 노동생산성은 언제나 구체노동의 생산성이며, 물질적 유용성(사용가치)의 생산력을 의미한다. 여기서 노동생산력의 변화를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노동시간은 동질적이고 비교가능한 노동, 즉 추상노동의 크기를 의미한다.

노동생산성이 일정 수준으로 주어져 있을 때, 생산량은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시간에 비례한다. 동시에, 상품에 내재한 교환가능성(가치)의 크기 역시 노동시간에 비례한다. 노동의 이중성은 노동에 의한 사용가치의 생산과 가치의 생산으로 나타난다.

     * 주) 생산수단에서 이전된 가치(C)는 주어진 값으로 본다.

노동생산성의 상승은 1)주어진 노동시간에 더 많은 생산량을 가져오고, 2)주어진 생산량에 대해서는 기존보다 더 적은 노동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노동의 구체적 성격이 제거된 오로지 양적인 크기로서의 가치는 오로지 노동시간에 비례해 결정된다. 따라서 노동생산력의 상승과 노동시간의 감소가 동반될 경우, 사용가치는 증가하지만 가치는 감소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성이 높을수록 상품 한 단위의 생산에 걸리는 노동시간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식(12)를 식(11)로 나눠  i상품의 단위가치를 구하면 다음과 같다.

      * 주) 상품 1단위당 생산수단에서 이전된 가치(C/Q)는 생산수단 생산부문의 노동생산성에 따라 결정되는데, 지금의 분석 단계에서는 주어진 것으로 간주함.

 

따라서, 생산된 상품 총량의 가치(Λ)는 상품에 체현되어 있는 노동량에 비례하고, 상품의 단위가치(λ)는 노동생산성에 반비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