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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경제학/가치론

수식으로 이해하는 자본론 (2) 가치형태 또는 교환가치 I

자본론 1권 <자본의 생산과정>

제1장 상품

 

[7] 가치형태 또는 교환가치

 

상품은 사용가치와 가치라는 이중적 속성을 갖는다. 상품의 소재적 성질을 의미라는 사용가치는 감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순수하게 사회적 속성인 가치는 상품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 자체로는 알 수가 없다. 가치는 상품과 상품 사이의 사회적 관계, 즉 교환관계를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한 상품의 가치가 다른 상품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가치의 현상형태, 혹은 가치형태라고 한다. 

우리는 이미 앞에서 상품의 가치형태를 살펴본 바 있다. 식(4)를 통해 교환가치란 한 상품에 내재한 가치를 다른 상품과의 상대적 관계로서 나타낸 표현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상품의 가치를 그것과 교환하여 얻을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상품의 사용가치량으로 나타내는 것(교환가치)이 바로 가치가 자신의 드러내는 고유한 형태(가치형태)이다.

지금까지는 교환가치를 분석해 상품에 숨어있는 가치를 추적하고, 그 실체로서 추상적 인간노동에 도달했다. 이제는 거꾸로 가치실체인 노동이 상품의 교환관계를 통해 어떻게 자신을 드러내는지를 추적해가면서 최종적인 가치형태인 화폐에 도달할 것이다. 


<A> 단순한 가치형태


가장 단순한 형태의 상품교환관계는 임의의 두 상품 사이의 교환관계이다. 하나의 예로서 치킨과 커피의 교환관계를 고려하자. 우리의 분석대상은 한 상품의 가치가 교환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형태이므로, 두 상품 중 치킨의 가치형태를 대상으로 하겠다. 이 관계 속에서 치킨과 커피는 서로 다른 역할을 맡게 된다. 치킨은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려는 주체인 반면, 커피는 치킨의 가치를 나타내기 위한 재료(객체)의 역할을 한다. 치킨 2마리의 가치를 커피 6잔으로 나타낼 수 있다고 할 때, 두 상품의 교환관계를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치킨 2마리 = 커피 6잔


2마리 혹은 6잔이라는 숫자는 그 자체로 각 상품의 사용가치량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사용가치량을 정의한 식(1)에 따라 아래와 같이 나타내보자.


 

당장 문제가 발생한다. 위 등식의 좌변과 우변은 단위도 다르고 심지어 숫자도 다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다른 종류의 상품의 사용가치량은 서로 비교 불가능하다. “치킨 2마리=커피 6잔”이라는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량의 동등함을 뜻하지 않는다. 두 상품이 갖는 가치가 서로 동등하다는 것, "치킨 2마리는 커피 6잔 만큼의 가치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가치량을 정의한 식(3)에 따라 교환관계를 다시 나타내보자.



 양변의 가치량을 상품의 사용가치량과 단위가치의 곱으로 분해한 뒤, 커피의 단위가치를 좌변으로 넘기면 다음과 같다.


 좌변에 위치한 두 상품의 단위가치의 비율은 앞서 교환가치와 가치의 양적인 관계를 분석해 도출한 식(4)를 통해 (커피로 나타낸) 치킨의 교환가치로 치환할 수 있다. 



 위 식이 한 상품(치킨) 가치를 다른 특정 상품(커피)의 사용가치로 표현하는 가장 단순한 방식의 가치형태를 수식으로 나타낸 것이다. 식을 순서대로 읽으면 “<치킨 2마리>의 <가치형태>(또는 교환가치)는 <커피 6잔>이다”가 된다. 


식(14)애서 좌변과 우변은 명확히 다른 역할을 하고 있음이 명확해진다. 좌변의 치킨은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고자 하고, 우변의 커피는 치킨의 가치표현의 재료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가치관계 속에서 좌변에 위치한 상품은 상대적 가치형태를 취한다고 하고, 우변에 위치한 상품은 등가형태를 취한다고 말한다.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는 각 상품이 가치표현관계 속에서 점하는 위치와 역할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주의해야할 점은 식(14)에서는 어디까지나 치킨의 가치가 표현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커피의 가치를 표현하려면 좌우변을 바꾸는 동시에 교환가치의 하첨자도 순서가 바뀌어야 한다. 

 

 

이를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해보자. 식(14)에서 “치킨 2마리의 가치형태(교환가치)가 커피 6잔”이라는 것은 치킨의 소유자가 시장에 나왔을 때 상대가 커피 6잔을 제시한다면 기꺼이 자신의 상품을 내놓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치킨소유자의 입장일 뿐이며,  커피 6잔의 소유자가 치킨 2마리에 대해 자신의 상품을 기꺼이 내놓을지는 위의 가치표현관계 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커피 소유자의 입장은 식(15)를 통해서 비로소 나타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상품의 교환관계 속에서 가치가 표현되는 방식만을 살펴보았으나, 가치형태는 가치의 양적 크기도 나타내야 한다. 앞에서 “치킨2마리=커피6잔”은 양변의 가치가 동일하다는 뜻임을  알았다. 가치가 같다는 것은 각 상품 물량의 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추상노동시간(SNLT)의 크기가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식(13)에서처럼 노동생산성이 향상될 경우 상품 한 단위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량 혹은 그것이 상품의 객관적 속성으로 응고된 단위가치량은 감소하게 된다. 이를 교환가치 식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따라서 커피로 표현되는 치킨 1마리의 가치형태는 1) 치킨의 노동생산성에 반비례하고, 2) 커피의 노동생산성에 비례함을 알 수 있다. 만약 치킨의 노동생산성이 증가해 단위가치가 감소하더라도, 커피의 노동생산성이 동시에 변한다면 그 상대적 비율에 따라 (커피량으로 표현한) 치킨의 교환가치는 높아질수도 있고 낮아질 수도 있다. 다시말해 한 상품에 내재한 가치량의 실제 변화가 교환가치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을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제 가치표현의 재료 역할을 하는 상품(커피)을 자세히 살펴보자. 치킨 2마리의 소유자가 커피 6잔에 대해 자신의 상품을 기꺼이 내놓는다는 것은 반대로 커피 소유자가 원하기만 하면 치킨을 획득할 수 권리를 얻는다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권리를 직접적 교환가능성이라고 한다. 물론 전제는 있다. “치킨 2마리의 가치를 커피 6잔으로 표현하는” 이 가치관계 속에서만 그 권리는 유효하다. 다시말해 하나의 가치표현식에서 등가형태에 위치한 상품(커피)은 그 반대편의 상품(치킨)에 대해 직접적인 교환가능성을 획득한다. 하지만 치킨은 커피에 대해 그런 권리를 갖지 못한다. 식(15)에서처럼 커피의 가치를 일정량의 치킨으로 표현하는 역의 관계가 전제돼야만 치킨은 커피에 대한 직접적 교환가능성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살펴본 등가형태의 상품에 대한 분석에서 우리는 화폐의 본질을 미리 들여다볼 수 있다. 가치표현식이 발전하게 되면 촤종적으로 우변에는 유일하게 화폐만이 놓이며, 화폐만이 다른 모든 상품에 대해 직접적 교환가능성을 얻는다. 하지만 좌변에 놓인 모든 상품은 화폐를 통해서만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을 뿐이고 그 관계가 고정되는 한 다른 어떤 상품에 대해서도 직접적 교환가능성을 획득하지 못하게 된다. 


 

<B> 전개된 가치형태


 치킨의 가치를 표현하는 방법은 커피 외에도 무수히 많은 사용가치들을 재료로 하여 확장될 수 있다. 가치는 동질적이고 추상적인 사회적 실체이므로 그것을 표현하는 재료(다른 상품의 사용가치)의 특수한 질적 특성에는 무관심하다. <A>에서 살펴본 단순하고 우연적인 가치형태는 치킨이 다른 모든 상품과 관련해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는 전개된 가치형태로 나아간다. 


   치킨 2마리 = 커피 6잔

       또는     = 연필 20자루

       또는     = 라면 30봉지  

       ......                        

 

치킨 2마리의 가치는 이제 자기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상품의 일정량으로 각각 표현될 수 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전개된 가치형태는 동일한 상품에 대한 단순한 가치형태들을 모두 나열한 것이 불과하며, 위에서 분석한 단순한 가치형태의 특성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등가형태(우변)는 이제 모든 상품들을 포괄하고 있으나, 그것들이 서로 관련을 맺는 것이 아니라 각각 특정한 비율로 좌변의 상품(치킨)과 관계를 맺고 있을 뿐이다. 즉 커피, 연필, 라면은 각각의 가치표현식에서 치킨에 대해서만 직접적 교환가능성을 갖게 된다.


또한 좌변에는 치킨 외에도 다른 모든 상품들이 놓여 자신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다. 전개된 가치형태는 n개의 상품이 각자의 가치를 자신을 제외한 모든(n-1개) 상품의 일정량으로 나타내는 무한한 가치표현의 시리즈가 된다. 


상품의 가치는 다양한 사용가치들의 질적 차이를 제거한, 모든 상품에 공통적인 동질적 속성이다. 전개된 가치형태는 그러한 동질적인 실체를 무수한 이질적 사용가치들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완전한 표현형태이다. 그런데 전개된 가치형태는 그 역의 관계, 즉 모든 상품들의 가치를 하나의 사용가치로 표현하는 형태를 함축하고 있다. 이로서 가치표현 관계는 세번째 형태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