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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경제학/자본축적론

이윤율의 분모, 총투하자본의 현대적 해석

회계공부를 하면서 예전부터 페북이나 블로그에 제기했던 문제의 나름의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윤율 계산시 분모에 들어가는 '총투하자본'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의 문제다.

우선 용어부터 매끄럽게 정리하자. 마르크스가 총투하자본을 '불변자본+가변자본'으로 분류한 것은 생산과정에서의 가치증식 여부에 따른 것이다. 유통과정과 생산과정을 오가며 자본이 취하는 형태의 측면에서는 '화폐자본+생산자본+상품자본'으로 분류한다. 자본의 '형태'를 오늘날의 용어로 번역하면 자산(asset)이 된다. 즉, 한 기업의 재무상태표의 차변 항목들은 마르크스의 용어로 총투하자본이 한 시점에서 취하는 다양한 형태들의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마르크스의 총투하자본이 저량변수(stock)인 이상, 재무상태표의 차변에서 값을 취해야만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총투하자본에는 고정자산 뿐만 재고자산, 심지어 현금이나 예금, 받을어음, 외상매출금 등 영업활동에 묶여있는 금융자산들도 포함되어야 한다. 한국에 주로 소개됐던 이윤율 추계 공식에는 분모를 고정자산만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고, 그나마 최근의 논의들을 보면 재고자산까지 포함하는 것을 봤다. 내 생각엔 금융투자 등으로 사용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영업활동을 위해 보유하는 금융자산들, 흔히 '운전자본'이라고 부르는 범주에 속하는 자산들도 분모에 들어가야 한다.

자본은 시간의 흐름 따라 화폐자본 -> 생산자본 -> 상품자본 -> 화폐자본의 형태로 순환한다. 하나의 순환을 고려했을 때, 각각의 형태의 자본이 크기가 100으로 유지된다면(최종적으로 실현된 이윤 제외), 각 시점마다 측정한 투하자본의 크기 역시 100으로 동일해야된다. 그 형태가 화폐든, 생산요소이든, 완성된 상품이든 생산-유통의 순환 속에 있는 동일한 자본실체의 가치라면 똑같이 투하자본으로 계산돼야 한다.

특정시점에서 한 기업의 총자산은 화폐, 생산요소, 완성품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돼있다. 이는 곧 해당 시점에 상이한 순환단계에 있는 여러 종류의 자본순환이 한 기업 내에 총자산을 구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재무상태표 상에 나타나는 자산들 중 기업의 영업활동에 관련되어있는 모든 자산은 총투하자본에 포함돼야한다.

마르크스는 가치증식 및 회전의 관점에서 총투하자본을 1)고정불변자본(FC), 2)유동불변자본(CC), 3)가변자본(V)으로 분류한다. 자본순환의 각 단계에서 볼 때, 화폐자본은 앞으로 FC, CC, V로 지출될 예정인 금융자산이고, 생산자본은 구체적으로 원재료 및 재공품 재고(CC), 고정자산(FC), 선급급여(V) 등이며, 상품자본은 FC의 감가상각분과 CC, V가 반영되어 있는 상품재고자산에 대응한다. 서로 다른 자산계정에 기입된 금액들이지만 상이한 순환단계에 놓여있을 뿐 해당 기업 전체적인 자본순환의 관점에서 봤을때 모두 총투하자본이다.

여기서 영업활동(상품의 생산 및 유통)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금융투자 목적의 자산은 제외돼야 한다. 유동성관리가 아니라 금융수익의 획득이 목적인 채권, 주식, 수익증권, 투자부동산 등이다. 물론 금융투자활동이 곧 영업활동인 기업들이 있지만 마르크스주의적 입장에서 이들은 이윤율 계산에서 제외된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주의할 점은 임금이나 소모품, 경비 등 자산으로 머무르지 않고 곧바로 비용처리되는 부분들이다. 원재료, 재공품, 상품, 고정자산 등과는 다르게 이들은 대차대조표에서 독립적인 실물자산 계정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종류의 지출을 위해 투하되는 자본은 언제나 일정금액이 화폐자본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영업활동을 위한 현금성자산과 매출채권 등의 운전자본이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겠다.